[DreamsiC 11월 호] 곡선과 직선의 부드러운 조화.

무협지를 보면 ‘정파’와 ‘사파’의 무공이 등장한다. 정파와 사파는 다양한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무공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낸다. 정파무공은 기초를 튼튼히 쌓아가기에 처음에 속도는 느리지만 결국 대성할 수 있는 무공인 반면, 사파는 보다 쉽고 빠르게 고수의 길로 접어들 수 있지만 그 과정에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최고수의 반열까지는 올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나타내곤 한다. 이러한 개념은 사실 무협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모든 도형은 결국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져있다. 수많은 디자인의 제품들은 결국 적재적소에 적당한 길이와 곡률의 직선과 곡선을 사용한 결과물이다. 이 직선과 곡선을 켜켜이 쌓아 비정형의 ‘면’을 만들기도 하며 직선을 쌓아올려 만드는 형태. 결국 매력적인 디자인은 직선과 곡선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는 문제다.

 

물론 매력적인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한 또 하나의 요건이 있다. 형태를 표현하는 색감과 질감이다. 디자인 제품에 대한 대중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형태적 완성도를 넘어 보다 더 고급스러운 컬러를 원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게 느껴진다. 최근의 디자인 제품 트렌드는 예쁜 색상에 머무르지 않고, 매트하면서 고급스러운 질감을 표현하는데 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는 제품의 종류나 소재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다. 그리고 직선과 곡선이 만들어내는 제품의 형태와 그 형태를 이루는 색감과 질감은 결국 제품의 ‘기본기’라고 볼 수 있다.

 

 

초고성능 콘크리트로 제작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가장 기본적인 도형의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형태를 화려하게 꾸며서 주목을 끄는 것 보다, 콘크리트의 매력적인 질감을 자연스레 노출시킬 때 그 매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직선과 곡선의 조화로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인 제품을 출시했다. ‘PILL 디딤판’. 곡선과 직선이 부드럽게 조화된 얄약 모양의 조경용 디딤판이다. 디딤판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플랫한 모양을 유지해야 하기에 그 전체적인 모양새는 더욱 심플해진다. 하지만 그 심플함이 오히려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초고성능 콘크리트 디딤판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표현의 확장성이 점이다. 조경 디딤판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재료는 석재다. 자연에서 캐낸 돌을 깎아서 제작하기 때문에 형태나 크기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초고성능 콘크리트는 주물 방식으로 형태를 표현하기 때문에 규모나 사이즈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또한 골재의 색과 모양에 따라 같은 디자인의 디딤판이라 하더라도 또 다른 분위기의 질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디딤판 ‘PILL’의 뜻은 ‘알약’이다. 비단 알약의 모양새를 닮은 디딤판이라 지어진 이름은 아니다. 콘크리트 디딤판은 기본의 형태로 폐플라스틱, 폐대리석, 폐도자기 등 지구를 아프게 만들 다양한 폐기물이 오히려 지구를 살리게 만드는 알약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지어진 이름이다.


심플하지만 곡선과 직선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는 임팩트 있는 디자인. 그리고 그 느낌을 다양화 할 뿐 아니라 폐기물이 디자인이 되는 자원의 선순환까지. 콘크리트의 활용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